2026 광주FC 이정규 체제 - 다시 빛나기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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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시즌 광주FC는 이정규 감독을 선임했다.
2022년 광주FC의 수석코치로 합류해 3년간 K리그2 우승, K리그1 3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까지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코치를 이제는 감독으로 만나게 됐다. 이정규 코치가 광주에서 그리고 광주를 떠난 뒤 서울이랜드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 광주가 가장 빛나던 축구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와 2024시즌 과정에 집착하다 결과를 놓친 우려를 섞어서 이정규 감독의 2026시즌을 예상해보려 한다.
기대부터 말해보자. 이정규의 축구는 광주가 지향해 온 철학과 결이 같다. 골키퍼를 빌드업에 적극 포함하고 짧은 패스로 상대 1선과 2선을 끌어낸다. 그 뒤에는 제3자 움직임, 로테이션, 디스마킹이 이어지며 순간적으로 프리맨을 만든다. 중앙을 우선으로 쓰고 중앙에 과부하를 만든 뒤 측면 고립을 활용해 다시 중앙으로 연결한다. 이 원리는 후방에서만 쓰이는 장치가 아니라 미드진영과 상대진영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광주가 좋았던 시절 팬들이 기억하는 장면은 대부분 이 흐름에서 나왔다.
공을 점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의 철학은 확실했다. 이정규가 선호하는 수비는 프레싱보다 ‘체이싱’에 가깝다. 프레싱이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해 전진을 늦추는 데 초점이 있다면 체이싱은 공을 빼앗아 곧바로 득점까지 연결하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 같은 전방 압박이라도 프레싱이 선택지를 줄여 실수를 유도하는 느낌이라면 체이싱은 상대를 눌러 탈취로 끝내겠다는 성격에 가깝다.
이정규의 팀은 상대가 잘하는 빌드업을 못 하게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포워드가 트리거가 되어 길목을 막고 선택지를 줄여 상대 빌드업을 특정 패턴으로 제한한다. 그 안에서 롱볼과 실수를 유도하고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아 득점으로 연결한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단어는 하나로 정리된다. 전진성.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이 아니라 상대를 흔들고 벗겨낸 뒤 앞으로 나아가는 축구다.
이런 축구로 실제 성과도 냈다. 2022, 2023시즌 광주의 빌드업과 압박에 대부분의 팀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가 전방 압박으로 전개를 막으려 해도 제3자 움직임으로 돌파구를 만들었고, 상대가 내려앉으면 수비를 끌어낸 뒤 그 사이 공간에서 찬스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축구를 바탕으로 2023시즌 K리그1에서 유일하게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도 분명하다. 2024시즌 대부분의 팀들은 광주의 축구에 대응하는 각자만의 방식을 준비했고 광주는 그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장면은 무리하게 중앙 3선으로 빌드업을 고집하다가 공을 뺏기고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던 순간들이다. 그들은 그 과정을 정답이라고 믿었기에 이러한 방향성을 쉽게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 길목을 기다리고 있었고 한 번 끊기면 수비 전환이 정돈되기도 전에 골문이 열렸다. 결국 그 고집이 결국 결과를 갉아먹는 형태로 드러났다.
그래서 2025년의 광주는 의미가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2024시즌 마지막 두 경기였다. 이때 이정효 감독은 6번을 한 자리에 고정하지 않는 새로운 빌드업 형태를 가져오며 문제를 바로잡았다. 이 선택은 단순한 변칙이 아니라 2024년의 약점을 인정한 수정이었다. 중앙 3선으로만 공을 밀어 넣으려다 끊기던 루트를 줄이기 위해 6번의 위치를 유동적으로 만들고 첫 패스 경로를 다양화해 상대가 미리 차단 지점을 정하지 못하게 했다. 이 변화는 2025시즌에 더 뚜렷하게 반영됐다. 광주는 현실과 타협하며 2024년의 단점을 하나씩 줄여나갔다.
후방에서부터 만들어가는 빌드업과 전방 압박은 필요할 때만 부분적으로 사용했고 어지간하면 미들 블록까지 내려와 간격을 타이트하게 유지했다. 완전 전방까지 나가지도, 완전 후방까지 내려앉지도 않으면서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 미드필더 사이 거리를 짧게 만들었다. 답답한 장면이 있어도 경기 전체가 무너지는 위험을 먼저 차단했다.
후반 막판에도 과감히 올라오지 않는 장면이 나와 답답함을 남기기도 했지만(특히 포항 원정 1:0으로 졌을 때 후반 막판에 답답해 미쳐버릴 뻔..) 그 선택은 체력과 리스크 관리라는 현실적 계산 위에 있었다. 시즌 전체로 보면 주전들의 체력 이슈를 크게 만들지 않으며 마무리했고 공격에서도 이전과 달리 여러 패턴을 섞어가며 상대의 견제 속에서도 고군분투했다. 결국 2025년의 광주는 과정에 대한 고집을 조금 내려놓고 더 안정적인 팀으로 성장했다.
반대로 이정규 코치가 광주를 떠난 뒤 합류한 2025년 서울이랜드에서는 2024년 광주가 겪었던 약점이 그대로 반복됐다. 분석당하기 전 1로빈의 서울이랜드는 정말 좋았다. 광주에서 보이던 빌드업의 장점이 이곳에서도 나타났고 강한 압박도 팀 단위 탈압박으로 벗겨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체이싱 압박으로 상대 진영에서 공을 따고 찬스를 만드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이정규 영입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그러나 라운드가 진행되며 상대가 대응책을 들고 오자 흐름은 급격히 꺾였다. 전개가 읽히는 순간 플랜B로 전환하지 못했고 과정 중심의 전개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게다가 서울이랜드의 선수층은 광주와 달리 지공 점유보다 속공과 다이렉트한 공격에 강점이 있는 편이었다. 변경준 등 핵심 선수들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여파로 2024시즌에 비해 부진했고 이정규가 팀을 떠난 뒤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서울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 시즌 10골을 넣은 변경준은
올 시즌 3월부터 9월까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다 10월 이후 6득점을 기록했다.
그렇기에 2026시즌 이정규 감독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단순히 기존 광주 축구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상대에게 분석된 뒤에도 승점을 가져올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1년 내내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지속할 수는 없다.(모든 선수가 송승민급 체력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1년 내내 아름다운 빌드업만으로 버틸 수도 없다. 상대는 계속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고 광주는 1대1 돌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팀도 아니다. 결국 필요한 건 상황에 맞는 운영이다.
전개 루트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속도, 압박 강도와 블록 높이를 섞는 결단, 세컨볼과 재압박으로 공격을 이어가는 설계, 역습 상황에서 어떤 수비 전략을 택할지, 어느 선에서 저지할지, 주도권을 가진 상황에서 후방에 몇 명을 남길지, 라인 높이를 어디에 둘 것인가? 팀의 상황이 좋지 않다면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도 필요할 수 있다. 선수단의 심리를 먼저 수습하고 라인 높이와 압박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전개가 막히면 빌드업의 길을 바꾸고 상대가 기다리는 구간을 피해 가는 우회로를 준비해야 한다. 교체 타이밍도 더 과감해져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아름다운 과정이 아니라 일단 승점을 확보하는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반대로 연승일 때는 과열을 막고 냉정을 유지하는 운영이 필요하다. K리그는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만드는 능력’에 능숙한 리그다. 상대의 대응을 읽고 작은 조정을 반복해야 한다. 방심을 막고 긴장을 유지하는 것까지 포함해 팀의 경기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려점을 적기도 했지만 그는 이제 첫 감독이다. 코치와 감독은 위치도 여건도 전혀 다르다. 내가 품은 작은 우려가 무색할 만큼 위기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가 언젠가 이정효를 뛰어넘는 감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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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 WELCOME, 광주FC 제8대 감독 이정규
오피셜
구단 보도자료중에 이정규 감독님의 일문일답이 있네요
광주FC 출신 국가대표 정리
박태준이 보고 싶군요
저도 호구 인증
코컵 울어서 그런가 산타 선물 없네 ㅠ
겨울 이적시장 물가가 미친 거 같은데요?
그래서 광주 좋은 소식은
홍정호 수원가니까 더 불안하네
진시우 임대 연장은 과연
무슨 도로가 광주 스쿼드마냥 듬성듬성
베카 K리그 돌아오나봐요
새아버지랑 친해지려고 이랜드 경기를 보는데
아 벌써 집에 가고싶다요